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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스타트레이닝센터-대구캠퍼스] [문제적 인간 연산] ‘애정결핍’이라는 가장 보편의 비극

BornstarDG님 | 2015.07.24 14:58 | 조회 324
[본스타트레이닝센터-대구캠퍼스]
 
[문제적 인간 연산] ‘애정결핍’이라는 가장 보편의 비극
 
 


[문제적 인간 연산]
창작 재연│2015.07.01~07.26│명동예술극장
작·연출: 이윤택│주요 배우: 백석광(연산), 이자람(녹수, 폐비 윤씨)
줄거리: 매일 밤 꿈속에서 어머니 폐비 윤씨의 호곡에 시달리는 연산은 녹수의 치마폭에 안겨 심신을 달랜다. 연산은 폐비 윤씨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제의를 지내려 하고 대신들은 갖은 이유로 이를 막으려 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궁 안에서 제를 올리고, 제의 중 폐비 윤씨의 영을 입은 녹수는 연산에게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을 알려주는데….


★★★☆ ‘애정결핍’이라는 가장 보편의 비
[문제적 인간 연산](이하 [연산])은 연산에게서 ‘애정결핍’의 카드를 꺼낸다. 그의 폭력은 두려움과 외로움에 대한 자기방어이며, 녹수를 향한 마음은 모성애에 있다는 얘기다. ‘초연 후 20년’이라는 세월과 다양한 장르에서 소개된 연산을 떠올린다면, 이 접근을 딱히 신선하다고 느끼긴 어렵다. 대신 독특한 구조의 무대와 전통적 소리, 동적인 춤으로 이루어진 [연산]에서는 [오이디푸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향기가 짙게 느껴진다.

Direction: 고대 그리스 비극이 된 한국사
연산은 자신의 출생과 생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성장한 데다 즉위한 직후엔 대신들의 적대적 시선과 은근한 무시 속에서 제 뜻을 펴지 못하고 살았다. 나이 많은 대신들의 빈정대거나 명령조의 대사, 가두는 듯한 동작들은 연산의 억압된 정서를 표현한다. 포악해져가는 과정 속에서도 거대 괴물 같은 인수대비는 연산의 두려움을 보여준다. 폭력은 잔혹하고, 모든 것을 잃고 깊은 수렁에 빠진 마지막은 허무하다. 그 어떤 발버둥에도 끝내 비극으로 막을 닫는 연산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과 다를 바 없으며, 폐비 윤씨의 혼을 입은 녹수는 마치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를 연상시킨다. 전통적 소리의 제의는 춤과 노래로 상황을 설명하던 그 옛날 코러스의 형태와 같다. 작·연출가 이윤택은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표현법으로 가장 원형에 가까운 연극을 구현해냈고, 특히 10년 만에 재공연되는 이번 [연산]은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Stage: 21세기형 믹스앤매치
살아 숨 쉬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감정을 관객이 지금 여기서 바로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극장에 들어서면 비탈진 무대세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쓰러진 기둥과 깨진 용상, 폐허가 된 궁궐에서 연산과 당시 조선의 위태로움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시대와 공간을 재현하는 방식이 아닌, 분위기와 정서에 집중한 무대는 오히려 관객에게 더 적확한 감정을 준다. 세트에 쓰인 목재와 아크릴이라는 소재, 투명 아크릴판을 투과해 비추는 조명, 신디사이저와 아쟁 같은 악기는 배우와 만나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쨍한 소리의 아쟁은 폭군 연산의 칼놀림을 대신하고, 두려움에 떠는 연산은 조명과 반사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난다.


Actor: 문제적 인간 녹수를 만들어내는 이자람의 힘
백석광은 [혜경궁 홍씨]의 사도세자에 이어 또 다른 이윤택의 비극적 인물 연산을 입었다. 인물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백석광의 소년 같은 얼굴은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날렵한 움직임은 한복의 고운 선과 더해져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된다. 연륜의 노배우들은 극에 무게감을, 이승헌은 충언의 환관 김처선으로 비극을 더한다.

작‧작창가이자 음악감독, 배우로 참여한 이자람은 이번 [연산]에서 단연 도드라진다. 전통 판소리에 가까운 소리와 구음은 ‘죽은 자들의 놀이’를 지향하는 [연산]에 걸맞고, 그의 아우라는 또 다른 문제적 인간으로서의 녹수와 폐비 윤씨를 재조명한다. 이자람은 ‘투기’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사랑을 얻고 잃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편의 감정을 과하지 않은 연기로 보여준다. 폐비 윤씨-녹수-완산월로 이어지는 여인의 비극적 삶의 순환은 연산의 폭력만큼 강렬하다. 이것 역시 연산의 성장서사를 단단하게 하기 위한 도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산을 다룬 많은 작품에서 보여준 그들의 존재감을 떠올렸을 때, 녹수를 주체적 존재이자 연산과 동등한 ‘문제적 인간’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연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글. 장경진
사진 제공. 국립극단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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