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 와요 中 남현태

저녁에 혼자 있자니까 갑자기 술 생각이 나데요.

소주나 한 잔 할라구 마을 가게에 갔더니 문이 닫혔더라구요.

그래서 옆 마을까지 뚜벅뚜벅 걸어갔지요.

비를 맞으면서 원바리 고개를 딱 넘어가는데 웬 빨간 옷 입은 여자가

우산을 받고 걸어오더라구요. 그 여자 옆을 지나갔어요.

바로 그 때, 빨간색 옷을 보는 순간 뭔가 불끈 가슴에서 뻗쳐오르는 것 같았어요. 머리 위 꼭대기까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죽여라, 죽여! 빨간 옷 입은 년들은 다 잡아 죽여!

그 다음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세계적인 감독, 봉준호 감독 작품 '살인의 추억' 모티브가 된 연극 '날 보러와요' 의 한 장면입니다.

극중 남현태는 연쇄살인사건에 용의자로 지목되어 취조 당하게 됩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자백 아닌 자백을 하게 되는 장면인데요, 되도록 진범처럼 보여질 수 있도록 연기해 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