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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창」중에서, 19호 최인선 작 독백

jhn1203님 | 2019.01.25 15:10 | 조회 52
「벽과 창」중에서, 19호 최인선 작 

내 아버진 막노동꾼이었지. 새벽에 나가면 한밤에야 일당 몇 백 원을 쥐고 돌아오곤 했어.
 
그리고는 어머니를 들고패는 거야. (킬킬거린다) 신나게. 

자기가 이 모양 이 꼴인 게 모두 어머니 때문이라면서. 

한바탕 패고 나서야 곯아 떨어지는 거야. 칼로 뜸을 떠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들어 버렸어. 그러면 어머니는 나를 쥐어박았어. 나만 아니면 벌써 도망가서 다른 놈 만나 잘 

살텐데 나 때문에 도망을 못 간다고 눈물, 콧물까지 짜가면서...... 어렸을 때는 그 얘기를 무심코 

들었는데 나이를 좀 먹으니까 그게 달라지는 거야. 아버진 여전히 어머니를 들고패고, 어머니도 

여전히 날 쥐어박으면서 울어대고, 나만 없어지면 모든 게 다 잘되겠거니 싶더라구. 그래서 집을 

나와 구두닦기로, 암표장사로, 좀도둑질도 좀 하고 공사판에서 벽돌도 나르면서 막 살았지. 

그러다 보니 차츰 아버지, 어머니를 알겠더군. 아버지가 어머니 때문에 그 꼴이 됐다구? 헛소리야. 

어머닌 또 나 때문에 그 꼴이라구? 개수작이야. 사람들은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도망갈 수 있어. 

마음을 안 먹는 거야. 무서워서. 사실 지금껏 살아온 꼬락서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도망을 친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지. 지금 사는 꼬락서니가 아무리 짐승만 못해도, 아무튼 저기엔 그런대로 

익숙해 있거든. 그래서 도망을 못 가는 거지. 그런 게 사람이야. 

도망을 간다. 그저 말로만 씨부리면서 막상은 못 간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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