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입시/뮤지컬입시

프로가 되려면 프로에게 배워야 합니다.
현역에서 직접 검증된 프로페셔널한 트레이너가 지도합니다.

“조금의 여유를 갖기까지 10년” <경관의 피> 최우식 배우

미친배우님 | 2022.01.10 14:19 | 조회 280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드라마 <짝패>(2011)로 데뷔한 지 10년, 최우식은 이제야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아카데미와 칸을 동시에 사로잡은 <기생충> 이후 역할과 장르에 있어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장고 끝에 ‘과정이 즐거운 작품’이라는 현답을 찾아낸 듯하다. <경관의 피>는 그의 이런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한 작품이다. 이규만 감독부터 평소 존경하는 선배 조진웅까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해 빚어낸 결과물인 영화의 개봉을 앞둔, 최우식을 화상으로 만났다. 지금 얻은 소중한 여유를 앞으로 어떻게 가꿔갈지 기대된다는 그에게서 해맑은 얼굴 한편 배어든 성숙함이 감지된다.

<경관의 피>에서 3대째 경찰인 ‘최민재’로 분했다. 정의로운 원칙주의자로 같은 경찰을 내사하는 언더커버, 일명 ‘두더지’로 광수대 반장 ‘박강윤’(조진웅)의 팀에 합류하여 그를 감시하는 인물이다. 신념과 의심 사이, 그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웠겠다.
많이 고민한 부분이고 (이규만) 감독님과 제일 많은 대화를 나눈 지점이기도 하다. 관객이 민재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민재와 동시에 ‘강윤’의 실체에 대해 접근해야 되기 때문이다. 경찰 내 언더커버라는 설정이라 의심의 표현에 있어서 높낮이의 조정이 관건이었다. 너무 티가 나도, 그렇다고 너무 뭉툭해도 안 되니 말이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원칙주의자인 민재와 닮은 면이 있나.
극 초반에 보이는 민재와 성격이 비슷하다. 신념을 지닌 원칙주의자라는 면은 본받고 싶기도 하다. (웃음) 올바르고 정의로운 신념이니 말이다. 민재는 단순히 원칙만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인데 나 역시 그렇다.

후반부로 갈수록 한층 성장한 얼굴을 보인다. 해맑은 동안인데, (웃음) 이런 감정 혹은 표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원래 다소 산만하고 활기찬 성격이었는데 어느 순간 점점 조용해지고 걱정과 고민, 생각이 많아지더라. 반복되면서 혼자 땅밑으로 파고 들어가기도 하고, (웃음) 근데 이런 것들이 희한하게 연기할 때는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캐릭터를 표현할 때 그 감정이 잘 길어 올려진다. 예전에는 미리 써보며 준비했다면 요즘에는 신기하게도 현장에서 집중이 잘 된다. 정리하자면, 일부러 성숙 혹은 고민하는 척하지 않아서 자연스러운 표현이 나온 것 같다. 이건, 일부러 연민을 자극한 게 아닌데 스크린을 통해 보면 더 크게 연민을 유발하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특히 <거인>(2014)에서 ‘영재’를 당당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봐도 불쌍해 보이더라. (웃음) 이런 면이 한편으론 내 장기, 무기일지도 모르겠다.


<경관의 피>(2021)의 어떤 면에 끌렸나.
<기생충> 이후 어떤 장르의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지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과정이 즐거운 작품을 하자였고 그렇기에 누구와 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규만 감독님을 처음 만나고 확신이 들었고, 또 조진웅 선배님과 한 작품을 하는 건 평소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선배와 일대일로 붙는다니! 당연히 욕심났다.

참여한 이유 중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은 남성적인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다고.
그 마음도 있었다. 여기서 남성적이라는 게 누가 봐도 남성답다는 게 아니라 최우식이 가능한 남성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뭐냐면, 시나리오 속 ‘민재’는 몸이 다부지고 등치가 큰, 누가 봐도 남성성이 강한 캐릭터다. 평소의 나는 절대 부합할 수 없는 모습이라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색을 입히려 했다. 박강윤에 물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패셔너블한 슈트를 착장하기도 하고, 또 가죽 재킷을 입고 날쌘돌이 같은 면을 보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변주를 했는데 다행히 그럴듯하게 어울린 것 같다.

액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민재가 구사하는 액션은 유도 베이스라 영화 <마녀>(2018) 때와 마찬가지로 액션스쿨에 가서 미리 합을 맞추고 특정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민재의 액션 분량이 많지 않은 데다 후반부 화장실 시퀀스에 몰려 있어 이 부분에 집중했었다. 유도가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는 스포츠라 내가 힘을 쓰지 않아도 상대가 넘어가는 게 재미있기도 했고, 한편으론 용기 받기도 했다. 앞으로 정통 액션 영화, 그러니까 액션, 액션하는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버킷리스트를 실현했는데, 조진웅 배우와 함께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웃음)
평소 팬으로서도, 일적으로도 너무 좋았다. 평소 연기할 때 액션-리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조) 진웅 선배는 진짜 ‘박강윤’으로 연기를 전달해 주신다. 경우에 따라 머리로 계산하거나 기술적으로 리액션을 짜낼 때가 있는데 이번엔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반응하기만 하면 됐다. 까마득한 후배인 날 완전히 믿고 코업해 주셔서 미처 생각지도 못한 리액션이 나와서 한편으론 연기 수업을 받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극 중 강윤을 따라다니는 민재처럼 촬영장에서도 딱 그랬다. 역시 현장이 배움의 최고의 장인 것 같다.

또 다른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연기적으로는 이번 <경관의 피>를 하고 나니 (말했듯) 액션에 집중한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트레이닝 등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서 정말 기똥차게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생활면에서는 최대한 즐겁게 지내려 노력한다. 다행히 집에 혼자 있어도 잘 지내는 편이라 거창하게 뭔가를 계획하고 꿈꾸기보다는 작은 행복, 소확행을 맛보려 한다.

완성된 작품의 만족도는 어떨까. (웃음)
다 찍고 나서 보면 아쉬운 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아마 모든 배우가 그럴 거다. 그래도 보여주고 싶었던 민재의 성장은 나름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의심과 믿음 사이 경계선에 놓인 민재가 사투하는 얼굴도 잘 포착되어 다행이다. 그리고 <기생충>때와는 다른 얼굴이 드러난 것 같아 만족한다. 또 액션에 대해 100% 만족하진 못하지만, 스스로 용기를 얻은 것도 큰 성과다.

영화의 관람포인트를 짚는다면.
음…민재의 시점을 따라가면 흥미롭겠다. 민재의 입장이 되어 그를 파견한 ‘황 계장’(박희순)과 박강윤 사이 갈팡질팡이라고 할지, 의심과 믿음 사이 진실을 찾는 과정을 마치 보드게임하듯이 즐기면 재밌을 것 같다. 더불어 민재가 성장하는 모습에도 주목하면 더욱 좋고!


영화 <마녀>때 함께한 김다미 배우와 다시 작업한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 방영 중이다. 동시에 완전히 다른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촬영 시기가 겹치지 않아서 연기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홍보하다 보니 어려움이 생기더라. 영화 홍보 현장에서는 주변에 항상 선배님들이 계셔서 버벅대고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도 커버가 됐는데, (나도) 어느덧 10년 차라 <그 해 우리는> 현장에서는 내가 선배 입장인 거다. 홍보하면서 작품의 소개를 조리있게 잘 해야 했는데 준비를 많이 해도 쉽지 않았다. 이런 면이 지금까지와 다른 점인 것 같다.

‘과정을 즐긴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 걸로 보아 이번 작품이 배우로 또 개인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한 듯 보인다. 어떤가.
과정을 즐기면 고생이 고생이 아니란 걸 또 한 번 느꼈다. 생각해 보면 추운 겨울에 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또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도 있었지만, 그게 고생이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무조건, 믿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하겠다는 게 더욱 강해졌고, 꼭 지켜 나가고 싶다.

어느덧 배우 10년 차에 본격적으로 30대에 접어든다. 개인적으로 변화를 느끼는지.
드라마 <짝패>(2011)로 데뷔해서 이제 10년 차인데 이제야 과정을 즐길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 지금까진 엉덩이에 불붙은 아이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현장이 주는 에너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기운을 받는다는 걸 느끼고, 이를 느낀다는 것 자체로 앞으로 더 즐거울 거 같아 기대된다. 조금의 여유를 얻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앞으로 10년은 이렇게 얻은 여유를 어떻게 가꿔갈지 궁금하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고수하는 철칙이 있다면.
음, 거짓말을 잘 못하고 ‘척’하는 건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다. 처음 연기할 때 캐릭터에 맞추려 하다 보니 부자연스럽고 힘들었다. 그래서 동의되지 않거나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내 걸로 소화하여 내 식으로 보여주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젠 (말했듯)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고, 이런 자세가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앞으로 누가 봐도 ‘이 사람은 즐기고 있구나’ 싶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부끄럽지만,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시나리오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평소 책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영화는 <셔터 아일랜드>(2010)를 아주 좋아한다. 영화 자체로도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놀라워서 배울 거리가 많다. 볼 때마다 신기한 게 현장이 촉박하게 돌아갈 텐데 어떻게 저런 연기를 뽑아냈는지 신기할 뿐이다.


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twitt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