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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生] 이순재 "치매 대처 시사하는 바 큰 작품"…연극 '사랑해요 당신'

꽃지수 | 2017.04.04 13:09 | 조회 35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치매 환자를 둘러싼 가족을 다룬 연극 '사랑해요 당신' 프레스콜이 3일 오후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렸다. 

많은 취재진이 극장을 가득 메운 채 30분가량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기자간담회, 포토타임으로 진행된 이번 프레스콜은 '가천대 길병원과 함께하는 연극'이란 다소 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치매를 단순히 극적 소재로만 다루는 것을 넘어서 치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 또한 화려해서 이순재, 정영숙 배우와 장용, 오미연 배우가 각각 남편 '한상우'와 아내 '주윤애'로 고정 페어를 이뤄 작품에 출연한다. 이외에도 아들 역에 문용현과 김동규, 옆집 여자, 간병인 역에 김민채와 문고운, 점쟁이, 의사 역에 서상원과 오승준이 출연한다. 

4일 막을 올려 5월 28일까지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극단 사조에서 제작하고 작/예술감독에 이상용, 연출에 이재성, 가천대학교 길병원과 한국방송연기자협회가 후원한다.

하이라이트 시연에선 치매의 징후를 처음 느끼는 부부의 모습과 함께 젊은 시절의 추억, '윤애'가 치매에 걸린 후 아들을 못 알아보는 상황에서 상우와 아들이 과거의 괴로운 일로 갈등을 폭발시키고, 화합하는 극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베테랑 배우들답게 짧은 시연만으로도 극장 안의 모든 사람이 작품의 분위기에 완전히 몰입했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이재성 연출, 이상용 작가, 극단 사조 유승봉 대표 가천대 길병원 김우경 부원장, 가천대 뇌과학 전문의 이현 교수, 이순재, 장용, 정영숙, 오미연 배우가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사와 함께 소감 한마디씩 부탁한다. 

ㄴ 유승봉 대표: 79년도에 극단 사조가 창단한 뒤 리얼리즘 정통극을 중심으로 따듯한 극을 하자며 선배님들 모시고 창단했다. 오늘 약 40년 정도 지났는데 '사랑해요 당신'이란 작품을 통해 새롭게 약진하고자 한다. 마침 치매 부부 이야기라 가천대 길병원이 치매 전문병원으로 잘 도와주셔서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 이 연극이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에겐 따듯한 연극으로 다가가 사랑하는 가족끼리 잘 살아가는 밑받침이 되면 좋겠다. 

ㄴ 이현 교수: 치매는 인구당 거의 5%를 차지하고 앞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거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데 이 작품이 그런 면을 잘 보여주는 연극이라 생각한다.

ㄴ 김우겸 부원장: 방금 말씀드렸듯이 치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화두다. '치매와의 전쟁'이라고 할 정도인데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국가에서 노인 보호법, 복지법, 장기 요양법 등을 만들어 치매 환자를 잘 케어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문턱이 높아 양질의 복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은 2004년부터 치매, 파킨슨병 등을 연구했다. 유승봉 대표님과 '사랑해요 당신'을 접하고 이걸 같이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흔쾌히 동참했다. 연극에 나오듯이 치매는 본인의 인격도 파괴되고 가족의 문제도 심각하고 나아가 사회까지 파괴한다. 이 연극을 계기로 국가에서도 치매에 좀 더 관심을 두고 복지에 신경 써주면 좋겠다.

ㄴ 이순재: 우리가 연극을 하려면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우선 연습할 시간이 충분한가. 최소한 한 달 이상 연습이 있어야 한다. 근데 마침 제가 세일즈맨이 끝나고 연습 시간이 있었는데 유대표가 같이 하자고 권유했다. 저도 작품이 맘에 들었고. 옆에 박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치매라는 상황이 우리에게 가깝게 와있는 조건이라 저 자신도 관심이 있다. 이 작품은 치매에 관한 테마만 놓고 보면 TV, 영화 등에서도 많이 다뤘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가족들이 어떻게 치매 환자를 놓고 대처해야 하느냐 이런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기에 참여하게 됐다. 

ㄴ 정영숙: 저도 연기 생활이 50년 정도 되는 거 같다. 근데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 치매가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고 그런 걸 연극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감사한다. 이 연극을 통해서 자녀는 자녀대로 당사자는 당사자대로 느낄 게 있을 거 같아서 지금 할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ㄴ 오미연: 사실 저는 연기자라 어떤 역이든 잘 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이 역을 하면서는 치매가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서만 접하는 내용이 아니라 어쩌면 나 혹은 우리 가족 누군가가 겪을 수 있을 문제란 생각이 된다. 또 나이 든 사람만의 문제도 아니고 점점 젊은이들에게도 일어난다는 결과도 보게 됐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실제 내가 이걸 겪으면 어떨까 하는 염려와 함께 작품을 접하게 됐다. 이렇게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저희는 아무리 오래됐다 해도 새 작품, 새 배역 받으면 신인 같은 마음으로 한다. 저는 같이 해주시는 선배님들이 너무 좋아서 이 작품 하게 됐다. 많은 홍보 부탁한다(웃음). 

ㄴ 장용: 연기생활을 연극으로 시작했는데 주로 TV에서 활동하니 연극을 할 기회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선 게 80년대 초반 호암아트홀 개관기념극 '오셀로' 후니까 35년여 만에 무대에 서는 거 같다. 그래서 이번에 정말 신인이 된 기분으로 신인처럼 열심히 하겠다. 

ㄴ 이재성 연출: 그냥 선생님들 모시고 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말씀 들어보면 참 사람이 아름답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텍스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우리가 아름다운 정신을 간직하고 살면 세상도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따듯한 연극이다. 

ㄴ 이성용 작가: 살면서 가족들이 무관심해지고 무감각해지고 갈등도 생기는데 치매라는 가족병을 통해서 가족들이 화합하고 용서하는 그런 모습을 그려보고자 했다. 연출 선생님과 배우 선생님들이 너무 표현 잘해주시고 연극을 완성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연극 외에 TV나 스크린에서도 서는 배우들인데 그래도 잊지 않고 무대를 서는 이유가 궁금하다.

ㄴ 장용: 처음에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해서 늘 무대에 서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런데 TV 쪽 연기를 하다 보면 가장 문제 되는 게 시간이 나질 않는다. TV 드라마는 일주일 단위로 매주 준비하다 보니 그런 제약 때문에 무대에 서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순재 선생님을 모시고 더블캐스트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런 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참여하게 됐다. 




많은 가족병 중 굳이 왜 치매인지 궁금하다. 보여준 장면에서 '섬집아기'가 분위기를 관통하는 노래로 쓰이는데 선택 이유가 궁금하다. 

ㄴ 이상용 작가: 치매라는 소재를 택한 건 처음에 제작 쪽에서 아주 강력하게 권유를 했다. 또 옳다구나 하고 동참한 이유는 치매라는 병이 우리 주위에 뜻밖에 많이 볼 수 있는 가족병이다. 그런데 다른 질환에 비해서 가족들이 너무 많은 갈등과 괴로움을 겪는 거 같다. 화합도 하지만, 거기서 오는 갈등도 있어서 치매란 이야기를 통해 이야깃거리가 풍부하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ㄴ 이재성 연출: 부원장님도 말씀하셨는데 치매란 게 본인 인격도 파괴가 돼서 가족들 고충이 아주 극대화되는 면이 있다. 이 연극에선 주로 치매를 겪는 주인공 윤애도 중요하지만, 이순재, 장용 두 선생님이 하시는 남편 역도 중요하다. 가족의 의무를 다하고 이 시대에 가족의 의미가 뭔가 알려줄 수 있는 소재가 될 것 같다. 노래는 '섬집아기'랑 전래놀이 '여우야 여우야' 두 개로 30개 정도 바리에이션을 줬다. 이게 예전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주는 극적 코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주선율로 사용했다.




두 페어가 고정 페어로 나왔다. 한 달 정도 자기 페어와 연습을 했겠지만 다른 페어와 연기한다면 또 어떤 모습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치매 환자나 가족이거나, 될 수 있는 관객들을 위해 이야기해달라.

ㄴ 오미연: 사실 살다 보면 이 세상에 남의 일이 없더라. 다 내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영화, 드라마, 연극을 통해 나온다. 저도 연세 있는 어머니를 모시다 보니까 이론적으론 부모에게 잘해야 하고 도리를 다해야 하는 걸 아는데 이번 연극 시작 전에 갑자기 허리를 다치셔서 대소변을 2주 정도 받아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다. 준비된 마음과 직접 겪을 때랑 너무 다르더라. 사랑하고 효도하는 마음과 다르게 상황에선 짜증 나고 힘들고 도망가고 싶더라. 우리 일상에서 누구네가 치매 걸렸다 하면 '어머, 안됐다. 자식들이 잘해야 하는데'라고 말할 순 있는데 실제 그 상황이 되면 너무 마음이 다르더라. 안방에서 보는 드라마들이 대형화된 막장드라마. 사건이 큰 일이 많다 보니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 의식을 표현하는 드라마가 많이 없었다. 이 작품에선 이걸 겪으면서 가족들이 나타내는 감정의 변화나 대처방법 등을 우리가 봐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됐고 그걸 통해 다시 한번 재인식하고 노력해야 하는 그런 드라마인 거 같아서 이게 남의 일이고 남의 배역이 아니라 내가 혹시 이런 일을 겪으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을 느꼈고, 내가 당사자나 가족이 될 수 있단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ㄴ 정영숙: 저도 이 작품을 하면서 저도 깜빡할 때가 있다(웃음). 내가 이런 거 아닌가 싶어서 뇌 검사도 해봤다(웃음). 그런 거랑 마찬가지로 사실 우리가 다 겪어야 할 일이고 그렇다. 저도 노부모를 10년간 모셔봤고 그랬는데 사실 우리가 아기 때 다 엄마가 수발을 들어주지 않나. 그런데 가실 때 그걸 다시 다 받고 가시더라. 제가 그걸 느꼈다. 이게 하는 게 해주기만 하는 그런 게 아니구나. 갈 땐 우리가 한 걸 다시 받고 가는구나 싶더라. 가정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젊은 사람들은 보면서 느끼고 각오하는 바가 있을 테고 어른들 입장에선 보면서 조심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ㄴ 이순재: 치매는 우리에게 치명적이다(웃음). 우리처럼 암기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직종에선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치매 환자는 외형적인 건강이랑 상관없는 거 같다. 옆에서 잘 보호해주면 육체적 건강은 좋은데 정신적으로 백지가 되니까 그게 더 어렵고 가족에게 큰 짐이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저도 이 나이가 되니까 그게 좀 걱정인데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게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 부부만이 극복할 수 있는 병이 아닌가 싶다. 작품에서도 제시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가족들의 극진한 관심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저도 치매 걸리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암기연습도 계속해보고 그런다. 그래서 연극 한 편 하다 보면 아직 내가 괜찮구나 싶어서 자신감이 생긴다(웃음). TV는 '다시 합시다' 하면 되는데 이건 그게 안 되고 막을 내리냐 올리냐 두 가지밖에 없다. 배우들이 가끔 연극 쪽 선택을 하면 스스로 체크도 되고 자신감도 느끼는 게 연극이 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치매는 예고가 없기에 어려운 병이다 생각한다.


다름이 아니라 실제 연극처럼 치매 걸린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ㄴ 이순재: 그건 아마 제가 아니라 박사님이 말씀하셔야 하지 않나(웃음). 

ㄴ 김우경 부원장: 저도 장인어른이 치매라 요양원에 계신다. 장모님이 한 10년 넘게 집에서 보살피셨는데 그때 집에 가보면 안팎으로 열쇠를 잠가놓고 그랬다. 한번은 잃어버리셔서 GPS로 찾기도 하고. 결국, 돌보시는 분이 우울증에 걸리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서 모시고 있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넘어가 이런 건 피할 수가 없다. 통계에 의하면 2025년에는 치매 인구 100만 명, 2050년에는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가 될 거라고 한다. 그렇기에 저희는 연극을 통해 드러나는 가족애도 중요하지만, 병원 입장에선 치매에 대한 복지 등에 관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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