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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한국 신예감독들의 현재

마침내 꿈을 닮아가다님 | 2015.07.23 15:51 | 조회 259

[영화제] 한국 신예감독들의 현재

 

- 제14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전’ 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

제14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전’이 6월25일부터 7월1일까지 아트나인과 메가박스 이수에서 열린다. 나홍진, 윤종빈, 조성희, 허정, 이수진 등 한국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감독들이 이 영화제에서 발굴되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지난해 절대악몽 부문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장재현 감독 역시 <검은사제들>로 장편 데뷔를 준비 중이다. 한국신예감독들의 현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올해 경쟁부문 57편의 단편과 류승완 감독의 단편영화를 모은 ‘류승완 단편 특별전’, ‘집’을 조명한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가(家)가-호호!’ 등의 초청 프로그램 등을 준비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문인 다섯개의 경쟁부문 상영작에서 15편의 추천작을 꼽았다.

 

사월

 

이오은 / 35mm / 2015년 / 절대악몽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T. S. 엘리엇의 그 유명한 구절로 영화의 문을 여는 <사월>은 한국인에게 영원한 ‘절대악몽’으로 기억될, 2014년 4월16일에 대한 기록이다. 타국에서 세월호 참사를 접한 이오은 감독은 이 사고의 비극적, 사회적 면모와 사고로부터 물리적,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던 그녀 자신의 단상을 흑백 3D 이미지와 담담한 영어 내레이션으로 재구성한다. <사월>은 세월호라는 비극의 무작위성에 대해 에둘러 경고한다. 그 배에 탄 사람은 어쩌면 당신이나 내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분노와 슬픔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채 냉철한 시선으로 조명한 세월호 사고는 그 어떤 가상의 이야기보다 섬뜩하고 공포스럽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한번쯤 보고 싶었다.

 



 

굿나잇 미스터 리

 

노혜연, 홍승찬 / HD / 2015년 / 절대악몽

 

중섭과 절친한 전우였던 문형이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난다. “다음은 너야!”라는 말과 함께. 그 이후 중섭에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이 그를 쫓고, 집에 가보니 웬 정체 모를 남자가 버젓이 목욕을 하고 있다. 중섭은 ‘놈들’에 맞서 반격을 준비한다. 다섯개의 장으로 구성된 <굿나잇 미스터 리>는 이 영화가 단편이라는 점을 종종 잊게할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인상적인 영화다. 흑백 영상과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처리되는 대사는 이 작품이 후반부에 장전해놓은 결말과도 잘 어울리는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초청작.

 



 

출사

 

유재현 / HD / 2015년 / 절대악몽

 

한 낯선 마을에 당도해 사진을 찍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마을의 황량한 풍경과 사람을 찍다가 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예쁜 것’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겠다며 여자와 함께 길을 나선다. 그녀가 마을에 오래 머물수록, 그곳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호루라기 소리가 점점 더 빈번하게 들린다. <출사>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과 사람들을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탈바꿈하는 재능이 돋보이는 영화다. 그저 대낮에 가만히 서 있는 동네 주민을 찍었을 뿐인데도, 그들이 좀비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하게 만드는 영화. 마을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호루라기 소리는 이 작품의 미스터리적인 정서와 더불어 기괴하고 섬뜩한 사운드로 변모하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귓가에 남는다.

 



 

초능력자

 

권만기 / HD / 2015년 / 절대악몽

 

민구는 자전거를 훔쳐 동생을 먹여살리는 소년가장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우연히 악명 높은 선배의 자전거를 훔친다. 사람을 죽여 교도소에도 갔다온 적이 있는 그 선배는, 민구에게 자전거를 훔쳐 판 가격의 10배를 갚으라고 말하더니 아예 민구의 집을 점거한다. 돈을 갚지 않으면 동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민구는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악당이 어느 날 갑자기 일상으로 걸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초능력자>는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과 긴장의 결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전력질주하는 영화다. ‘초능력자’라는 영화의 제목과 걸맞은 엔딩 신이 인상적인 작품.

 



 

그리고 가을이 왔다

 

최정호 / HD / 2015년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진웅과 지선은 오랜 친구다. 결혼을 앞둔 지선은 뒤늦게 군생활을 하고 있는 진웅에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 만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서로에게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이들의 재회는 밤이 깊어가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는 대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술집에서 거리로, 거리에서 바닷가로 자리를 옮기며 진행되는 두 남녀의 대화는 이미 수많은 멜로영화들이 다뤄왔던 감정에 대한 것이지만, 오랫동안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서만 가능할 인위적이지 않은 진솔함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주연배우 배유람과 박예영의 호흡이 좋다.

 

여름의 끝자락

 

곽새미, 박용재 / HD / 2015년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0대 말미에 접어든 소녀들에게, ‘3’이라는 숫자는 위험하다. 둘도 없는 단짝친구였던 경희와 주연 사이에, 어느 날 전학온 소영이 끼어든다. 부쩍 친해지는 경희와 소영을 지켜보며 주연은 상실의 감정을 경험하고, 수의사인 소영의 아버지와 주연의 아버지가 저지른 일은 이 세 소녀의 여름을 뒤흔들어놓는다. <여름의 끝자락>은 사랑과 우정을 쉽게 분간할 수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생채기를 가슴에 남기게 되는 소녀들의 일상을 조명한다. 때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대답이 될 수 있겠지만, 주연의 긴 울음은 이 여름이 그녀에게 꽤 오랫동안 기억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열대야

 

서은선 / HD / 2015년 / 비정성시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여름 밤. 화장품 체인점 직원이자 오랜 결혼생활로 남편과도 설렘 없이 지내는 지애. 일상에 지친 지애의 삶도 더위와 함께 끓어오른다. 옆집 여자 수영은 그런 지애와는 사뭇 다르다. 수영의 고양이를 계기로 지애는 잘나가는 직장, 멋진 인테리어로 점철되는 수영의 럭셔리한 생활을 엿보게 된다. 그 결과는 결국 자신에 대한 총체적 비난으로 돌아온다. 지애가 그런 자신의 열등감을 채우는 방식은 기이하다. 그녀는 출장 간 사이 ‘고양이를 봐달라’고 수영에게 건네받은 아파트 비밀번호로 그 집에 들어가 수영의 생활을 몰래 대리 체험한다. 명품 옷과 서구식 음식, 안락한 소파, 쾌적한 침대에서의 섹스 모두 지애가 가지지 못한 어떤 결핍이다. 지애의 비밀 행각을 안 남편은 그녀에게 비루한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 집이야”라고 일깨운다. 자본이 극대화된 사회. 남과의 비교로 생긴 결핍의 뿌리는 깊다. 지애의 극단적 행동이 지금의 이 욕망의 정체를 가감 없이 드러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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