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봐도 다른 얼굴, 배우 배성우 인터뷰

borndg님 | 2015.10.29 13:51 | 조회 326



이른바 충무로의 '다작 요정'. [베테랑]의 중고차 불법 판매자로 최근 널리 알려졌지만, 초기작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부터 [오피스]의 으스스 한 과장님까지 한동안 강력 범죄자를 도맡았던 그. 유쾌한 감초였다가 소름 끼치는 범죄자였다가, 익살스러운 웃음과 오싹한 광기와 선한 미소를 함께 보여주는 배우. [더 폰] 개봉을 맞아 배성우를 만났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당신의 진짜 얼굴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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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폰]의 추격 장면 중.

인터뷰 중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다작 요정 배성우

Q. 충무로의 다작 왕으로 요즘 화제다.
A. 부끄럽다(웃음)

Q. 금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더 폰]에서는 액션 연기까지 돋보였다.
A. 준비는 딱 하루했다. 체력적인 준비는 필요했지만 사전에 합을 짜고 하는 액션이 아니라 애드립성 몸싸움이다 보니.

Q. 과거에도 여러 범죄자 역할을 많이 했는데 [더 폰]에서는 살인범까지...
A. 살인을 했는지는 모르지. 1년 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또 바뀌니까. 결과는 알 수 없다. (웃음)

[베테랑]의 촬영 현장. 류승완 감독의 설명을 들으며 왼쪽에 서 있는 배우가 배성우다.

Q. 최근작 [베테랑]이야말로 액션 영화였는데.
A. 가볍고 웃기는 합이었지. 처음엔 파이프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연습했는데, 현장에 갔더니 공사장에서 바위를 부술 때 쓰는 길고 커다란 해머를 주더라. 진짜 해머는 무거워서 들 수도 없을 정도였고, 소품으로 만든 건 너무 가벼워서 무거운 척 연기해야 했는데 그 상황 자체가 슬랩스틱 코미디였지. 우리끼리는 '변방의 북소리'라고 (웃음)

교복 자율화 세대인 배성우는 처음 교복을 입어 본 것이 [뷰티 인사이드]의 현장이었다.

Q. 최근작들에서 감초 역할, 일상 연기를 선보였다.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교복 연기까지.
A. 태어나서 교복을 처음으로 입어봤는데 좋던걸? 교복을 입으니까 뭔가 불량스러운 짓도 해보고 싶고 (웃음)

얼굴만 봐도 무섭다

'육욕이 강한' 시동생 역할을 선보였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속 배성우

Q.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형수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그 끔찍한 얼굴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A. 아직도 그 얘기를 하며 무섭다는 관객들이 제법 있다. 정말 악인이 아닌, 캐릭터 스스로는 어쩌면 순진하고 의도 없는 인물이지만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니까 더 무서워 보였던 듯.

Q. 올해의 [오피스]가 터닝 포인트였다는 말을 종종 했다.
A. 사실 흥행이 잘 되지는 않았는데, [오피스] 때문에 꼴 보기 싫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웃음)

평범한 '과장님'이었다가 일가족 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수배된 [오피스]의 김 과장

[오피스]로 고아성과 함께 칸 국제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다.

Q. 덕분에 칸도 다녀오고.
A. 감사한 일이지. 긴장감이 크고 결도 복잡한 인물이었다. 이전에 유사한 캐릭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오피스]의 김 과장은 영화 속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했다.

Q. 함께 연기했던 고아성 씨가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 기가 센 배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A. 고맙다고 느꼈다. 영화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받는 관계라 더 그랬겠지. 그 친구도 참 강하고 두드러지는 연기를 하는 배우인데.

충무로 데뷔작이었던 [미쓰 홍당무]에서는 피부과 의사 역할이었다. 범죄자 뿐 아니라 전문직 역할도 종종 있었다고.

Q. [미쓰 홍당무]로 상업영화 데뷔 이후에도 단편 작업도 가끔 있더라.
A. 단편 영화 섭외가 들어와서 시나리오를 보니 주인공 이름이 배성우라고 되어 있더라. [자네 아내와 여행을 가고 싶네]라는 단편이었는데, 꼭 그 때문은 아니었지만 하게 되었지. 예전에 연극할 때 맡은 인물 중에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라는 역할도 있었다. 그냥 배성우도 아니고 꼭 '혼자 사는 남자'를 붙여서! (웃음)

연극에서 시작된 배우 인생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신혼집에 쳐들어가는 눈치 없는 친구들 중 하나인 '달수' 역할을 맡았던 배성우.

Q. 수많은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 '학전' 출신이다.
A. 영화판에도 학전 출신들이 워낙 많다. 황정민 형도 영화에서 다시 만났고. [미생]의 김대명도, 학전에서 같이 연기하진 않았지만 후배라 가끔씩 통화하고 커피도 마시고 그런다.

Q. 조정석 씨와도 연극에서 만났지?
A.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눈치 없고 가벼운 조연을 맡았고, 이번에 [특종: 량첸살인기]로 두 번째다. 연극 때부터 알던 사이라 편하다.

Q. 연극은 작년 초가 마지막이다.
A. 그것도 이전에 연기했던 작품의 앙코르 공연이었다. 그 후로 계속 못하고 있다. 좀 더 신중하게 고를 때인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영화로 제안받는 역할들에서 더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연기는 대놓고 하는 거짓말

연기론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목소리가 더 진지해졌다.

Q. 다른 인터뷰에서 '연기는 대놓고 하는 거짓말'이라고 언급한 걸 들었다.
A. 연기가 진짜는 아니잖아. 진짜로 해야 하지만 진짜는 아니지. 내가 범죄자 역할을 하더라도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는데 살면서 주차 딱지 정도는 끊은 적 있지만 관객도 그걸 알고 온다. 다만 그걸 얼마나 설득력 있게, 관객과의 약속을 어떻게 깨뜨리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느냐의 문제지.

Q. 어떤 역할을 맡으면 겉모습부터 행동까지 완전히 바뀌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평소의 모습과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변주하는 배우가 있다.
A. 나는 명백히 후자인 것 같다. 메서드에 갇히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관객들도 메서드를 보러 오는 건 아니지 않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러 오는 거지. 자유로워지되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겉보기엔 언뜻 비슷해 보여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수록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Q. 작품마다 느낌이 참 달라 보이는 외모다.
A. 나를 유지하면서 내 안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길을 찾아가는 거지. 배우마다 잘생기면 잘생긴 대로, 또 못생기면 못생긴 대로 (웃음).

아직도 보지 못한 모습

코믹한 연기를 발휘했던 [남자사용설명서]

[공정사회]에서는 가족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우선시하는 유명 치과의사 역을 맡았다.

Q. 올해도 아직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이 있다.
A. 11월에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와 [내부자들], 12월에는 [섬. 사라진 사람들]이 있다.

Q.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는 염전 노예를...
A. 심지어 지적 장애가 있는 염전 노예다.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 준비가 별로 필요 없었다. (웃음).

Q. 연관 검색어가 주로 남자배우들이다. 여주인공에 대해선 대개 괴롭히는 역할이었다. 차기작 중엔 격정 멜로가 있다고?
A.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모든 멜로는 자기 안에서는 격정적이지 않을까? (웃음) [사랑하기 때문에 (가제)]라는 작품인데, 살을 많이 찌우고 아주 순수한 캐릭터라 이전과 많이 달라 보이긴 할 것 같다.

Q. 배우로서도 다작이지만 영화도 많이 본다고 들었다.
A. 많이 보려고 한다. 올해는 [위플래쉬]와 [폭스캐처]를 아주 인상적으로 보았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고 나가는 균형감이 놀라웠다.

Q. 여전히 다작을 하고 싶나?
A. 여전히 그렇다. 역할이 더 커지든 작아지든, 작품 수도 캐릭터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 앞으로도 오랫동안 다작하고 싶다.

Q. 그러면 로맨스도?
A. 다른 자리에서 농담처럼 '바람둥이 재벌 3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던 적 있다. 주로 꽃미남들이 많이 하는 역할이지만, 내가 해 보는 것도 독특하고 재미있지 않겠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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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영화
발행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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