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배우, 조정석

borndg님 | 2015.11.04 14:03 | 조회 335



 

 

 

[특종: 량첸살인기] 배우를 만나다 '조정석 편' 본편 영상

[건축학개론]

[관상]

조정석은 액션과 리액션의 어우러짐을 체득한 배우다. 상대 배우와 주고받는 화학작용이 빚어내는 마법이 영화를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을 아는 그는 홀로 빛나려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건축학개론]의 스무 살 승민(이제훈)과 납뜩이(조정석)가 함께 하는 매 순간은 영화 안에서 가장 생기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것이 첫사랑인 줄도 모르고 끙끙 앓았던 승민과 독서실에 갇힌 연애 코치 납뜩이의 앙상블은 무엇이든 서툴렀던 스무 살 시절을 아주 코믹하게 소환해냈다. 관객들은 납뜩이가 등장할 때마다 웃을 준비를 했고, 애써 잘생긴 얼굴을 감춘 조정석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모두가 사랑하는 캐릭터와 배우의 등장.

곧이어 [관상]에서도 어마어마한 배우 송강호의 구력에 주눅들지 않고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가족이라는 팀 안에 녹아들었다. 능청스럽게 애드립과 대사를 주고받는 이들을 보면 그 호흡이 마치 부부 같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매형을 따라다니며 사고를 치는 팽헌(조정석)은 경박스럽고, 욕심도 있지만 밉지가 않다. 카메라가 자신을 스쳐 지나갈 때도 한구석에서 강아지를 꼭 껴안고 있는 조정석은 팽헌을 밉살스러운 사고뭉치가 아닌 측은하고 이해되는 삼촌으로 만들었다.

[특종: 량첸살인기]

그래서 '첫 원톱 주연작'으로 불리는 [특종: 량첸살인기]는 조정석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혀 새로운 국면이 될 것이다. 늘 동료 배우들과 시너지를 냈던 것과 달리 [특종: 량첸살인기]의 허무혁은 영화의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기둥이다. 그가 단단한 뿌리가 되어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뻗어 나가는 이야기를 지지해야 한다. 일생일대의 특종이 오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시작한 작은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이 파국을 몰고 오는 [특종: 량첸살인기]에는 블랙 코미디, 스릴러, 소동극 등 다양한 장르와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이 휘몰아친다. 그 모든 소용돌이의 시작이자 주인공인 무혁이 영화의 어떤 요소보다 중요한 상황. 그러나 조정석은 부담이기보다는 도전이었다고 말한다. "부담이라면 부담이지만 그것보다는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늘 하던 대로 열심히 하려고만 했어요. 촬영할 때는 부담감도 없었어요."

도전에 대한 열의는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노덕 감독이 "무서운 배우"라고 할 정도로 현장에서 집중력과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캐치하는 시각을 보여준 조정석은 모니터를 확인할 때부터 즐거웠다고. "모니터를 보고 그 날 촬영분이 괜찮다는 판단이 들거나 감독님께서 칭찬해주시면 '아, 오늘도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구나' 싶어서 기분 좋은 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 기분 좋은 확신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무혁이 연쇄 살인범의 친필 메모를 발견해 특종을 내고, 그것이 오보임을 스스로 알아내기까지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무혁의 처지는 조정석이라는 배우에게서 웃음을 기대한 관객들의 욕구 또한 충족시킨다. 동시에 연쇄 살인범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면서 증폭되는 긴장은 스릴러 안에서 움직이는 그의 새로운 얼굴 또한 발견하게 한다.

[특종: 량첸살인기]

진폭이 큰 감정과 사건 속에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특종: 량첸살인기] 안에서 유독 진하게 유지되는 감정이 있는데, 어쩐지 무혁을 응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특종이 실은 오보였음이 밝혀지지 않기를, 그래서 복직도 하고 이혼 위기의 아내와 다시 잘살게 되기를 바라게 된다. 못난 데다 소심하고 비겁하기까지 한 무혁이 어찌어찌 수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월급쟁이의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살기를. 악수 중에 최 악수만을 두는 무혁이 더는 진창에 빠지지 않길 바라게 되는 데는 조정석의 공이 크다. 그를 미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관상],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이르기까지 영화 안에서 조정석은 모자란 구석이 있는 평범한 남자에게 사랑스러움을 부여하는 비범한 능력을 타고났다. 아내와 직장에서 잘릴까 전전긍긍하는 무혁에게서 관객들은 평범한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평범성의 얼굴이 '뽀드윅'이라는 별명답게 뽀얀 피부에 강아지 같은 눈망울이라면 더더욱 거부하기 힘들다. 앙상블을 떠나 솔로에서도 그 강점을 잃지 않은 미워할 수 없는 배우, 조정석. 영화를 보는 확실한 즐거움이 또 하나 늘었다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영화가 있어 다행인 사람.
구성
네이버 영화
발행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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